인생은 아름답다
작성자: 회원 | 작성일: 2017-02-05 | 조회: 84
“인생은 고통과 지루함 사이에서 진자처럼 앞뒤로 움직인다. Life swings like a pendulum backward and forward between pain and boredom.”고 19세기의 지독한 염세주의자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가 그랬다. 그의 말대로의 인생이라면 정말 끔찍하겠지만, 인생이 단지 고통과 지루함 사이만을 오가다 사라지는 존재라는 것도 어느 정도 사실이다. 삶이 주어진 순간부터 지옥 같은 환경에 무자비하게 던져진 사람들이 오늘 날에도 얼마나 많은가? 전쟁, 기아, 제노사이드, 자유말살과 같은 삶을 살아야 하는 인구가 지구 상에 얼마나 많겠는가? 그런데 이들에게 삶은 딸깍거리며 움직이는 시계추처럼 그저 고통과 절망 사이를 오가는 것일까? 세계은행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하루에 1.9 달러보다 적은 비용으로 살아가는 인구가 10.7 퍼센트에 이른다고 한다. 다행히 이러한 절대 빈곤율은 낮아지고 있다. 1990년에 인류 전체 인구의 35퍼센트가 절대빈곤 인구였지만, 이러한 수치는 2012년에 12.4 퍼센트로 낮아졌고 1년 사이에 다시 1.7 퍼센트가 낮아졌다. 희망적이다. 그러나 하루에 1.9 달러보다 낮은 생활비로 살아야 하는 인구는 2013년 기준으로 7억 6천 7백만 명에 이른다. 수치로 보면 정말 어마어마하다. 인류에게 기아로 인한 사망 원인은 그 어떤 질병이나 사고보다 높다고 한다. 그런데 이들의 삶은 그 자체로 고통과 지루함뿐일까? ‘인생은 아름답다 Life Is Beautiful, 1997’라는 로베르토 베니그니(Roberto Benigni) 감독의 영화가 떠 오른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그래도 인생은 아름답다'는 것을 이 영화처럼 처절하게 보여준 영화가 있을까? 국제영화제 중 최고 권위의 깐느국제영화제에서 작품상을, 1999년 아카데미상에서 외국어작품상, 남자배우상, 오리지날음악상을 수상한 이 영화는 흥행과 비평면에서 모두 성공한 영화이다. 이탈리아 감독인 베니그니는 이 작품에서 공동 각본과 남자 배우로서도 열연을 했다. 아카데미 수상식에서 상을 받으면서 어린 아이처럼 기뻐하던 모습이 기억난다.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아마도 영화가 끝날 즈음에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언제나 위트와 예리함, 멋진 영혼을 지닌 주인공 구위도 (Guido)는 아내와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던 중 2차세계대전 중 이탈리아를 점령한 독일군에 의해 한 나찌수용소에 가족 모두가 끌려가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남자와 여자가 강제 분리되어 영영 다시 만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구위도는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 아들에게 모든 것이 놀이라고 안심시켜 준다. 그리고 수용소 안에서 어린 아들이 그 상황 전체가 놀이라는 것을 느끼게 하기 위해 정말 피나는 노력을 한다. 어린 아이는 그런 아빠 덕분에 무사히 구출될 때까지 공포감이 없이 수용소 생활을 하나의 놀이로 경험하게 된다. 구출되기 하루 전날 아빠는 총에 맞아 죽으면서 아들에게 이것도 놀이라는듯 윙크를 보낸다. 숨어서 이를 지켜보던 아이도 죽어가는 아빠에게 윙크를 보낸다. 슬픈 이별이다. 구위도는 자신의 어린 아들을 통해 간절한 소망을 전한 것이다. 이렇게 사랑으로 이뤄진 가족이나 사회는 아무리 극한 상황에 놓여 있다 해도 희망이 있다. 반대로 경제적으로 윤택하고 아무런 근심 걱정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 중에는 끔찍한 염세주의자가 많을 수도 있다. 그들에게 어느 날 나찌수용소와 같은 곳에 가족들이 갇혀서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면 과연 구위도 같은 아빠가 몇 명이나 나올까? 가스실로 사람들이 끌려 갈 때마다 그냥 패닉 상태에 빠져서 홀로 미쳐가지 않을까? 인생은 아무런 의지도 없이 하염없이 흔들리는 추가 아니다. 진자가 앞뒤로 흔들리는 것은 '나'라는 의식적인 존재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리고 우리의 삶이 멈출 때까지 끊임없이 움직일 것이다. 우리가 살아 있는 한, 고통과 지루함 사이를 오가는 대상이 아니라 아름답게 허공을 가르는 진자가 될 것이…